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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AI시대 인간의 감정, 변화, 독서)

by kkeudok 2025. 11. 9.

'경험의 멸종' 리뷰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The Extinction of Experience)』은 우리가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진짜 경험’의 의미를 되짚는 책입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사고를 대체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어떻게 인간다운 감정을 지켜야 하는가를 탐구합니다. 이 글에서는 로젠의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AI 시대의 감정, 인간의 변화, 그리고 독서의 가치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AI시대의 인간 감정, 점점 사라지는 체험의 가치

『경험의 멸종』에서 크리스틴 로젠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점점 ‘간접적인 경험’만을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SNS 속 여행 사진,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 그리고 AI가 대신 써주는 글들은 모두 편리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을 축소시킵니다. 그녀는 이러한 현상을 “경험의 대체”라고 표현하며, 인간 고유의 감정이 점점 표면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AI가 감정 분석을 하고 음악을 추천해주는 시대에, 사람들은 ‘느끼는 법’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실패나 좌절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성장의 계기로 삼았지만, 이제는 불편함이나 감정의 기복조차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기술은 우리의 감정을 ‘편리하게’ 관리하지만, 동시에 그 감정의 깊이를 얕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로젠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간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한 감정의 진정성이라고 강조합니다. 아무리 세련된 AI가 등장하더라도, 사람 간의 눈빛이나 목소리, 냄새, 공기의 온도 같은 감각은 기계가 재현할 수 없는 인간만의 세계입니다. 결국 인간의 감정은 ‘느끼는 시간’을 통해 완성되며, 그것이 사라질 때 우리는 더 이상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어렵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기술이 바꾼 인간의 변화, 편리함 속의 불안

기술은 분명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로젠은 『경험의 멸종』에서 그 편리함의 이면에 숨어 있는 불안과 피로감을 지적합니다.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할수록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잃어가며, 감정조차 알고리즘에 위탁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정보를 즉각적으로 얻지만, 그만큼 ‘생각할 시간’을 잃었습니다. 또한 AI가 대신 선택해주는 음악, 뉴스, 취미는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점점 줄여갑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의존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 자체에 변화를 가져오는 문제입니다.
로젠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정보의 양이 늘어나면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판단력이 흐려지고, 타인의 경험을 모방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결국 인간의 ‘고유한 경험’은 사라지고,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획일적인 사회로 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기술의 사용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의식적인 거리두기입니다. 즉,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활용하되, 그것이 우리의 감정과 사고를 지배하지 않도록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통제력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율성과 존엄을 지키는 힘이 됩니다.

독서의 회복, 인간다운 경험의 마지막 통로

로젠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독서야말로 인간이 경험을 되찾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행위라고 말합니다.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타인의 경험을 깊이 있게 체험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글자를 따라가며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문장의 의미를 곱씹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사고의 깊이를 회복하게 됩니다.
AI가 요약해주는 기사나 챗봇의 답변은 빠르지만, 그 안에는 인간적인 ‘느림의 가치’가 없습니다. 독서는 바로 그 느림을 통해 생각을 확장하고, 감정을 체화하는 행위입니다. 로젠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통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디지털 기기가 만들어내는 즉각적인 쾌락과 달리, 독서는 인내와 몰입을 통해 진짜 경험을 회복시켜 줍니다.
오늘날 독서가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장은 빠른 정보가 아니라 깊은 사유에서 비롯됩니다. 『경험의 멸종』은 독서를 단순한 취미가 아닌 인간다움을 지키는 철학적 행위로 바라볼 것을 제안합니다. 책을 읽는 시간은 곧 자기 자신을 되찾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경험의 멸종』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스스로 느끼고 생각했던 경험이 언제였습니까?”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인간의 감정과 경험은 스스로의 선택으로만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젠이 말하는 ‘경험의 멸종’은 단순히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멈춤’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기술이 만들어낸 속도의 세계 속에서도 잠시 멈추어 책을 읽고, 감정을 느끼며, 타인과 대화하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인간의 시간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독자라면,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을 통해 다시 한 번 ‘경험한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보시길 권합니다.